AI로 1년에 100권의 책을 쓴 작가
소설가라면 누구나 더 많은 작품을, 더 빠르게 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1년에 100권 가까운 책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죠. 그런데 미국의 SF 작가 팀 부처(Tim Boucher)가 이 불가능한 일을 AI의 도움으로 해냈습니다. 과연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팀 부처의 놀라운 사례를 통해 AI, 특히 챗GPT가 소설 창작의 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팀 부처의 놀라운 AI 창작 실험
팀 부처는 캐나다의 SF 작가로, 2022년 하반기부터 AI 도구를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도입했습니다. 그는 챗GPT 및 Claude와 같은 AI 챗봇을 통해 소설의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텍스트를 생성했으며, 미드저니와 같은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해 삽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9개월 만에 무려 97편의 전자책을 출간하는 놀라운 생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작품은 약 2,000~5,000단어 분량의 비교적 짧은 이야기로, 40~140장에 이르는 AI 생성 이미지가 포함된 일러스트 삽화집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분량 면에서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에 가까운 이 독특한 전자책들은 모두 팀 부처가 꾸준히 구상해온 공상과학 세계관을 배경으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시리즈물입니다. 그는 이러한 시리즈를 가리켜 “AI Lore Books”라고 부르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창의력이 결합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문학 실험이라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팀 부처가 AI를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창작의 동반자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AI가 제시하는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쓰는 대신, 작가로서 직접 스토리 방향을 제시하고 AI의 출력을 적극적으로 편집했습니다. 팀 부처는 Newsweek 기고글에서 “AI는 내 창작 작업을 가속화해주는 놀라운 촉매제다. 창작 산출량을 늘리면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게 해 주고, 내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효율로 정교한 세계관 구축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AI 덕분에 평균 6~8시간 정도면 한 권 분량의 책을 완성하고 출판할 수 있었고, 최단 기록은 불과 3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소설 집필에 수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효율입니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 덕분에 팀 부처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5월 사이에 약 500부 이상의 전자책을 판매하여 2천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비록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권당 1.99~3.99달러) 덕분에 열성 독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매하며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즐기고 있습니다.
팀 부처의 결과물은 AI와 인간 작가의 협업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각 책에는 팀 부처 자신의 창작 아이디어와 직접 집필한 문장, 그리고 챗GPT 등의 AI가 생성한 문장이 뒤섞여 있습니다. 삽화 역시 그가 키워드를 설정하면 미드저니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작가가 선별·수정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AI가 초안을 제시하면 작가가 다듬는 식의 협업을 거친 덕분에,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방대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팀 부처는 “AI와 함께 대량의 텍스트를 생산하고 검토하고 편집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작가로서의 역량도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됐다”고 말하며, AI 활용이 오히려 자신의 글쓰기 객관성과 생산성을 높여주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AI가 창작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나는 AI를 우리의 능력을 증강하고 가속해주는 강력한 도구로 본다. 미래에는 모든 예술가가 어느 정도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새로운 기술과의 공존 및 활용이 작가에게 필수 역량이 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AI의 한계도 언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 같은 도구는 장편 서사의 일관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서, 팀 부처는 짧은 에피소드성 이야기들을 세계관으로 느슨하게 연결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각 권은 독립적인 짧은 이야기지만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설정을 공유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책들은 서로 교차 참조되는 인물과 설정을 담고 있어, 팬들이 여러 권을 읽을수록 세계관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팀 부처 사례는 AI를 “창작 파트너”로 삼아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한편, AI의 부족한 부분은 인간이 보완하는 협업 모델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창작에서 AI를 창작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

팀 부처처럼 모두가 100권의 책을 써낼 필요는 없겠지만, 일반 소설가들도 챗GPT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창작 생산성을 높이고 글쓰기 과정의 어려움을 덜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아이디어 촉발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여 최종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및 플롯 구성
막막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기 어렵다면 챗GPT에 도움을 청해보세요. 예를 들어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줄거리를 5가지 제안해줘” 같은 프롬프트를 주면, AI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해줄 것입니다. 혹은 이야기를 쓰다가 막혔을 때 *“이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음 사건 5가지를 생각해줘. 클라이맥스와 결말도 포함해서”*라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AI의 제안 중에는 엉뚱하거나 평범한 것도 섞여 나오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만 건져도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새로운 전개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어떤 작가들은 챗GPT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의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플롯 전개 방향을 함께 모색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창의적인 스토리 전환이나 결말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장 스타일링과 문체 개선
챗GPT는 특정 작가의 문체나 장르의 톤을 흉내내는 데 능숙합니다. 이를 활용해 내 문장을 원하는 스타일로 바꾸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단락을 하드보일드 느와르 소설처럼 거친 거리의 언어로 다시 써줘” 또는 “이 문장을 헤밍웨이 스타일로 간결하게 표현해줘” 같은 요청을 하면, AI가 해당 스타일에 맞춘 변형된 문장을 제시해줍니다. 이렇게 생성된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문체로 변주된 버전을 보면 어떻게 어휘나 리듬을 조절할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화 파트의 개선에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데요. 가령 “내 캐릭터 A와 B의 말투가 구별되도록, 한 사람은 어린아이 같고 다른 한 사람은 학자 같은 어투로 대화를 고쳐줘”처럼 프롬프트를 주면 각 캐릭터의 어휘 선택이나 말투에 변화를 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대화에 유머를 섞어줘”라고 요청하면 상황에 맞는 농담이나 위트를 제안받아 지루한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ChatGPT의 스타일링 조언은 작가가 자신의 문장을 객관적으로 재검토하고 더 다채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데 유용합니다.
배경 조사와 세계관 구축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나 장소에 대한 리서치에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1940년대 상하이의 거리 풍경과 생활상을 1000자 정도로 묘사해줘”라고 하면, 당시의 건물 양식, 사람들 옷차림, 음식 냄새, 거리의 소음 등 오감을 자극하는 배경 디테일을 풍부하게 생성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AI의 서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살을 붙이면, 단시간에 실감나는 배경 묘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판타지나 SF 세계관을 만들 때도 챗GPT는 유용한 조력자입니다. “고대 수메르어와 터키어, 파우니족 언어가 섞인 가상의 언어를 하나 만들어줘. 문자와 발음, 문법 체계와 자주 쓰이는 단어 100개도 함께”와 같이 요청하면 아예 가상의 언어나 문화, 지리까지 창작해줄 정도입니다. 지도 생성 AI와 결합하면 상상의 세계 지도를 그려볼 수도 있지요.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이 평생에 걸쳐 구축해야 했던 방대한 세계관 설정 작업을 챗GPT로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최종적인 세계관의 개연성과 독창성은 작가의 몫이지만, AI가 제시한 세계관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더 깊이 있고 일관된 설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팀 부처도 복잡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짧은 시간에 전개할 수 있었던 비결로 AI의 도움을 꼽았습니다.
초고 작성 및 생산성 향상
챗GPT를 첫 번째 초안 작성 도구로 활용하면 글쓰기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구상한 장면이나 스토리 라인이 있다면, 이를 간략히 프롬프트로 설명하고 본문 작성을 맡겨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긴장감 있게 500자 정도로 써줘”라고 하면 해당 상황에 맞는 글을 척척 써줍니다. 물론 이렇게 나온 초고는 어색한 부분도 있고 작가의 의도와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퇴고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빈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지요. 팀 부처처럼 일부 작가는 아예 챕터별 개요를 AI에게 주고 통째로 작성하게 한 뒤, 그 결과물을 사람의 관점에서 다듬는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서사 전개에 필요한 밑그림을 신속히 얻고, 작가는 세부 묘사나 문체를 입혀 완성도를 높이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팀 부처는 이런 접근으로 한 권 분량의 스토리를 불과 몇 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챗GPT를 공동 작가 겸 비서처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고 단계에서 AI 출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작품이 천편일률적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항상 작가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퀄리티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편집 및 교정
초고를 쓴 다음에는 챗GPT를 가상 편집자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글을 교열가처럼 교정해줘. 문법, 구두점, 띄어쓰기, 어색한 표현을 고쳐줘”라는 식으로 지시하면, 맞춤법 교정과 기본적인 문장 다듬기를 제법 정확하게 수행합니다. 한 전문 편집자는 챗GPT에게 교정 테스트를 해본 결과 원고의 약 60%에 달하는 오류를 잡아냈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 교정자가 평균 70~80%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처럼 AI 교정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많은 자잘한 실수를 미리 걸러줘, 인간 편집자가 하는 후속 작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챗GPT에게 “이 글의 전개나 캐릭터 설정에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피드백 줘”라고 요청하면, 줄거리의 개연성이나 인물 동기 등 전반적인 개선점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급 편집 작업에서는 AI의 한계가 뚜렷합니다. 한 작가의 실험에 따르면 ChatGPT의 이른바 “발전 편집(developmental editing)” 피드백은 다소 피상적이고 흔한 조언에 그쳤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AI 편집자는 초벌 교정이나 간단한 리뷰어 역할로 활용하고, 심층적인 편집과 판단은 인간 편집자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글을 쓰는 작가에게 챗GPT가 실시간 피드백을 주는 동료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AI 삽화 및 시각 자료 생성
소설의 삽화나 표지 이미지 제작에도 AI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팀 부처의 경우 각 전자책마다 수십 장의 AI 이미지를 활용했는데, 미드저니를 통해 소설 장면이나 등장인물을 그럴듯하게 시각화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전문 화가가 아니어도 AI 이미지 생성기에 “달이 붉게 빛나는 밤 숲속을 걷는 소녀”처럼 문장을 입력하면 금세 분위기 있는 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책 표지 디자인이나 챕터 삽화로 활용하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의 매력을 높일 수 있겠지요. 특히 SF나 판타지 장르에서는 AI가 그려준 컨셉 아트가 작가 본인에게도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I 그림을 보다가 새로운 설정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한 동화나 어린이책 작가들은 챗GPT로 줄거리를 쓰고 미드저니로 그림을 그려 단기간에 그림책을 만든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AI로 생성한 이미지도 저작권이나 창의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너무 익숙한 그림체나 다른 작가의 스타일을 베낀 결과물이 나오지 않게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활용한다면, AI는 소설의 시각적 요소까지 함께 창작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
맺음말: 인간과 AI의 하이브리드 창작 시대
팀 부처의 사례는 AI 시대에 작가들이 나아갈 한 가지 방향을 보여줍니다. 그는 AI를 창작 파트너로 삼아 인간의 상상력과 기계의 생산력을 결합함으로써,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방대한 분량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물론 모든 작가가 그처럼 대량 생산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증명해 보였듯이, 챗GPT 같은 도구를 현명하게 활용하면 아이디어 발상에서 집필, 편집, 출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즐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엘리사 로렐로는 “ChatGPT는 내 글쓰기에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AI가 생성한 내용을 보면 내가 더 잘 쓰고 싶어지고, 더 창의적으로, 더 생산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I는 작가로 하여금 더 크게 상상하고 더 과감히 시도해보도록 자극하는 면도 있습니다.
물론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인간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의 경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는 언제든지 불러써볼 수 있는 조언자이자 보조 작가로 활용하고, 최종적인 예술적 판단과 창조적 결정은 인간의 몫으로 남겨둘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협업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의 역할은 더욱 커지겠지만, 궁극적으로 작품의 혼과 개성은 작가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챗GPT를 비롯한 AI와 호흡을 맞추어 글을 쓰는 “하이브리드 창작”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유연한 창의성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작가들이 AI와 함께 실험을 거듭하며 소설 창작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챗GPT와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놀라운 창작의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