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개발의 최전선: 제약업계를 혁신하는 인공지능의 힘
제약 산업에 인공지능(AI)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한때는 공상 과학처럼 여겨졌던 AI 신약 개발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연구소와 제약사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숨은 패턴을 찾아내고,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자 구조를 AI로 디자인하며, 복잡한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는 수년씩 걸리던 신약 개발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실패 확률이 높은 후보물질을 조기에 걸러낼 수 있게 되었죠. 이글에서는 딥러닝, 생성형 AI, AlphaFold 등 다양한 AI 기술이 신약 개발에 적용되는 글로벌 동향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능한 한 알기 쉽게 AI 신약 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왜 제약산업에 AI가 필요한가?: 느리고 비싼 신약 개발의 현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평균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견하여 승인받기까지 10년 이상의 연구 기간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투자한 후보물질의 90% 이상은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고 맙니다. 실패 원인의 상당 부분은 약효 부족이나 안전성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효과가 뛰어나 보였던 약물도 인체에서 독성을 나타내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하지요. 제약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실과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AI 기술은 새로운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생물학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잠재력 있는 패턴을 찾아내며, 후보물질의 특징을 예측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여줄 도구로 기대됩니다. 다시 말해, AI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미리 걸러내고 유망한 대상을 선별해줌으로써 개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해 연구자들이 더 창의적인 연구에 집중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제약업계에 AI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더 빠르고 똑똑하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2. 딥러닝으로 숨은 신약 후보 찾기: 데이터 속 보물을 캐내다
딥러닝(Deep Learning)을 포함한 머신러닝 기법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일이 실험해야 알 수 있었던 약물-표적 간 상호작용이나 유망 타깃 단백질 발굴을, 이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패턴 인식을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전체 정보, 단백질 구조 데이터, 논문과 특허 문헌, 임상 기록 등 수많은 바이오데이터를 AI가 종합적으로 학습하면, 인간 연구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식 그래프와 머신러닝을 결합한 AI 시스템은 질병과 유전자, 약물 사이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분석하여 신규 치료 표적이나 약물 재창출(약물 재사용)의 단서를 제공합니다. 실제 사례로, 팬데믹 초기에 BenevolentAI의 플랫폼은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을 COVID-19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고, 후속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이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어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AI를 통한 약물 재창용 전략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며, 이미 존재하는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활용은 예측 모델링입니다. AI는 화합물의 구조를 보고 그 약리 특성이나 독성 여부를 예측하는 모델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MIT와 하버드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신약 후보의 세포 독성, 심장 및 간에 미치는 영향, 약물동태학 등을 예측해주는 머신러닝 모델들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예측 독성 평가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을 동물이나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AI의 예측이 완벽할 수는 없기에 실험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수천 개의 후보 중 가능성 높은 수십 개만 골라 실험하도록 해주므로 연구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집니다. 요컨대, 딥러닝은 광산에서 원석을 찾아내듯 방대한 데이터 광산에서 유망한 신약 후보를 캐내는 광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3. 생성형 AI로 신약 디자인: AI가 약물 화합물을 ‘창작’하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이제 신약 후보 물질을 직접 설계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과거 신약 화합물 탐색은 연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일일이 분자를 합성하고 변형하며 최적화를 거듭하는 노고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 모델은 방대한 화합물의 구조와 활성을 학습하여 원하는 특성을 지닌 전혀 새로운 분자 구조를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화학자 AI가 수백만 가지의 화합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이 중에서는 이게 가장 좋은 후보야”라고 제안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신약 설계가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최초의 AI 설계 신약 후보가 탄생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사실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영국의 신약 개발사 Exscientia는 딥러닝 기반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 12개월 만에 강박장애 치료용 신약 후보를 도출했고, 이 약물은 인공지능이 설계한 첫 임상 시험 진입 약물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통상 신약 후보 발견에 4~5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개발 기간을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한 셈입니다. 또한 미국의 Insilico Medicine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를 발굴했는데, 질병 표적과 화합물 구조 모두를 AI가 찾아낸 세계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후보물질은 2023년 임상 2상에 진입하며 AI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2025년에는 ‘렌토서티브’(Rentosertib)라는 공식 명칭이 부여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과연 AI가 실제로 신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며, AI가 제시한 신약 후보물질도 충분히 실험실과 임상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생성형 AI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합물 생성 외에도 단백질 치료제나 항체의 구조 최적화, 약물의 투여 경로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연구가 확산되는 중입니다. 나아가 AI가 제안한 분자를 합성하고 시험하는 과정까지 로보틱스 자동화 시스템과 결합되면서, 과거 인간 연구원이 몇 년에 걸쳐 수행할 일을 AI와 로봇이 수개월 내 해내는 ‘자율 연구실’ 개념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AI가 스스로 완전히 새로운 약물을 설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하며, AI 신약 개발이 가져올 의약 혁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4. AlphaFold와 구조생물학 혁명: 단백질 지도를 손에 넣다
AI 기술은 신약 개발의 퍼즐 조각 중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도 판도를 바꿔 놓았습니다. 2020년 등장한 딥마인드(DeepMind)의 AlphaFold2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해내는 놀라운 성능으로 전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서 약물이 표적하는 열쇠 구멍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모양을 알아야 맞는 열쇠(약물)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X선 결정학이나 냉동전자현미경 같은 어려운 실험을 거쳐야 겨우 구조를 알 수 있었던 단백질들이 수두룩했지만, AlphaFold2 덕분에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 예측 데이터가 공개되었습니다. 이제 연구자들은 컴퓨터만 있으면 필요한 단백질의 형태를 훨씬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신약 후보물질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할지 가상으로 실험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AlphaFold가 가져온 구조생물학 혁명은 신약 개발 과정의 초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구조를 알게 되면 그 단백질의 약물 결합 포켓(우리가 약으로 공략할 부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이에 최적화된 약물 디자인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구조 정보를 활용해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구조 기반 약물 재창출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AI 신약 개발에서 AlphaFold가 기여하는 바는, 개발자들에게 마치 정교한 지도가 제공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탐험가인 과학자들은 미지의 질병 영역을 훨씬 수월하게 탐험하며 올바른 경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죠.
2024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lphaFold3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AlphaFold3는 단백질 한 개의 구조 예측을 넘어, 단백질과 다른 분자(단백질-단백질, 단백질-DNA/RNA, 단백질-약물)가 어떻게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곧 신약 후보 물질이 표적과 맺는 작용 메커니즘까지 AI가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러한 최신 버전은 연구용으로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지만, 조만간 더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AlphaFold의 진화는 “생명 현상의 모든 단편을 이해하려면 분자들이 어떻게 어울려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학계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의 등장은 신약 개발자들에게 강력한 현미경을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제 AI가 밝혀낸 구조 정보가 새로운 치료제 발견을 가속화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5. 제약업계의 AI 혁신 사례: 협업과 투자로 꽃피는 AI 생태계
AI의 잠재력을 깨달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AI 기술을 도입하고 전문 업체와 협업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계의 움직임은 투자 및 파트너십 소식으로도 확인되는데, 최근 몇 년간 거액의 거래들이 성사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중국의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인 XtalPi와 최대 2억5천만 달러(약 3천억 원) 규모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XtalPi는 AI 알고리즘과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새로운 후보 물질을 설계부터 합성, 평가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릴리는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질병의 신약 후보를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mRNA 백신으로 유명한 BioNTech는 자사 연구를 강화하고자 2023년 초 영국의 AI 기업 InstaDeep을 약 6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통 제약사와 혁신 AI 기업 간의 협력 및 인수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제약업계 전반에 AI 기반 혁신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글 딥마인드와 같이 IT 공룡들도 의료 AI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제약사와 손잡고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중입니다. 일례로 딥마인드의 자회사인 Isomorphic Labs는 AI 신약 개발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AI 기술을 실제 의약품 개발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등 유수의 제약사들도 내부에 AI 전담 조직을 꾸리고 머신러닝 전문가를 적극 채용하는 등 인공지능 역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신약 개발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규제 기관들도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데, 미국 FDA를 비롯한 기관들은 AI 활용에 대한 지침 초안을 마련하고 업계와 소통하면서 신뢰성 있는 AI 적용을 지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6. AI 신약 개발의 도전과 미래: 인간과 AI의 협력으로 여는 새 시대
AI가 가져온 변화는 분명 놀랍지만, 남은 과제도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 문제는 그중 하나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넣으면 잘못된 예측을 할 위험이 있습니다. 제약 분야에서는 실험 결과나 논문 데이터에 오류가 없도록 정제하고 표준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며, 다양한 소스의 정확한 빅데이터 구축이 지속적으로 요구됩니다. 또한 AI가 내놓은 예측 결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검증하는 과정도 필수입니다. 약물 후보를 설계해줬다고 해서 그대로 임상에 갈 수는 없지요. 결국 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AI와 인간 전문가의 협업이 핵심입니다. AI는 수백만 가지 옵션을 좁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인간 연구자는 그중 현실성 있는 선택지를 판단해 실제 약으로 개발하는 마무리를 짓는 식입니다. 이러한 휴먼-인_AI 협업 모델이 신약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정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면, AI 신약 개발은 지금보다 더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될 전망입니다. 맞춤형 의약품 개발에도 AI가 도입되어,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에 최적화된 신약을 설계하는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임상시험 운영에서도 AI가 환자 모집, 최적 용량 산출, 부작용 모니터링 등에 기여하여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부 전문가는 AI를 통해 신약 개발 기간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개발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던 희귀질환이나 복잡한 질병에도 AI의 힘을 빌려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AI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힘이 제약업계를 혁신하며,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갈 길에 돌부리가 없지는 않지만,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의 조화를 통해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제약업계의 미래는 AI와 함께 그려질 것입니다.

참고자료
- Insilico Medicine 공식 블로그 – First Generative AI Drug Begins Phase II Trials with Patients (2023년 7월 1일)
- Drug Target Review – First AI-designed drug, Rentosertib, officially named by USAN (2025년 3월 14일)
- UKRI 보도 – Exscientia: a clinical pipeline for AI-designed drug candidates (2023년)
- Broad Institute 뉴스 – De-risking drug discovery with predictive AI (2024년 7월 17일)
- Labiotech.eu – AlphaFold3: Revolutionizing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2024년)
- Pharma Manufacturing – Pharma AI deals of 2023 (2023년 12월)
- BenevolentAI 보도자료 – Baricitinib, First Identified By BenevolentAI As A COVID-19 Treatment, Granted Emergency Use (2021년 5월 5일)